코시국 3년 동안 나와 아내는 감기 증상 한번 없었고, 해외 입국이나 밀접접촉 등으로 검사를 했을 때도 한번도 양성으로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코로나에 안 걸리는 사람이구나 하고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주 오키나와에 가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귀국 후 검사를 했는데 나는 결국 양성 판정이 나와버렸다. 아내는 처음엔 음성이었지만, 갈수록 몸 상태가 나빠졌고, 이틀 뒤 결국 아내까지 양성이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 직후 일주일 간 자택 격리를 하게 됐다.
오키나와 여행을 위한 연차 3일, 이재차단 휴가 5일, 2주간 주말 4일 해서 총 12일 동안 출근을 안 한다. 신혼여행 때도 이만큼 길게 쉬진 않았던 것 같은데.. 비록 몸은 아프고, 여행 갔다가 전염된 것으로 보이니까 마음은 좋지 않았지만, 이렇게 긴 시간 쉬면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니 설레기도 했다. 어디 가서 주장하기엔 근거가 빈약하지만, 사실 코로나는 일본 가기 전에 이미 전염된 것 같긴 하다. 오키나와 도착한 날 저녁부터 조금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진짜로 몸이 아프고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아마 보균 상태로 일본에 입국하고, 낯선 환경에다가 시간 때문에 서두르고, 반대 차선 운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이 약해지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았는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역시 나는 한국인이라 주어진 시간 동안 마냥 쉬고 싶지는 않았다. 최근 홈 서버 구축이랑 개인 블로그 만들기를 하고 있어서, 격리하는 동안 여기에 전념하자 마음먹었다. 물론 예상 가능하겠지만 마음 먹은 만큼 진행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다 회복한 상태로 대부분 시간을 보낼 것이라 기대 했지만, 몸 상태는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했고, 밥 만들어 먹고 치우고 하는 시간이 많이 들었다. 약을 먹어야 해서 하루 3끼를 다 해 먹어야 했다. 덕분에 요리 실력이 많이 는 것 같기는 하다. 나중에 격리 기간 동안 해 먹었던 음식도 올려봐야겠다.
글을 쓰는 지금은 격리 마지막 날이다. 그러니까 내일이면 출근을 한다. 진행 속도는 느렸지만, 지금 어찌저찌 구축한 홈서버에 블로그를 완성해서 글을 작성하고 있다. 나름 성과 있는 격리 기간이라 뿌듯하다. 그리고 자타가 공인하는 집순이 아내와 함께해서 집에서만 지내는 게 생각보다 지루하거나 답답하지는 않았다. 다들 재밌다던 카지노도 정주행하고, 더글로리 새 시즌도 다 봤다. 경제 조건만 충족한다면 이렇게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블로그를 시작으로 그런 생활을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