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계를 좋아한다.
처음 가지게 된 손목 시계는 엄마가 중학교 입학 선물로 사주신거였다. 동네 쇼핑몰에서 4만원인가 5만원에 산 시계였는데, 신나서 계속 나사를 돌려 시간을 맞춰보고, 괜히 시계줄도 뺐다끼워보고, 잘때도 차고 잤던 기억이 난다. 밤엔 야광도료 덕에 이불 속에서도 시간이 잘 보였다. 한참을 차고 다니다 시계줄이 너덜너덜해져서, 안쓰는 필통을 잘라 수제 시계줄을 만들어 차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날 시계위에 화장품 병이 떨어져 시계가 깨지고 말았고, 그대로 한참을 서랍속에 보관하다 언젠가 이사할 때 버렸던 것 같다.

이후로도 항상 시계는 차고 다녔다. 시내 골목에서 만원주고 산 패션시계를 차다가, 군대에서 본 맥심 잡지에서 루미녹스를 보고 트리튬 발광에 꽂혀 군대 월급을 모아 질렀고, 최근엔 주구장창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는 중이다.

그리고 지난주말, 알고리즘에 이끌려 이 시계를 보고 말았다.
전자 동력을 이용하는 시계가 대부분인 요즘에 꽤 고급 수집품으로 여겨지는 기계식 시계인데다가, 중학교때 처음 찼던 그 시계를 아주 많이 닮아있었다.
주문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은 하지 않았다. 고민을 했다면 무슨색을 할지, 시계줄은 가죽으로 할지 나일론으로 할지 정도..

아날로그 시계를 좋아하고, 전자 동력을 선호하지 않는 나에게는 완벽한 선물이었다. 차고 다니기만 해도 내부의 추가 알아서 돌며 태엽이 감기는 시계도 있는데, 나는 수동으로 태엽을 감는 것이 더 단순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동작 방식은 태엽을 감아주면 걸어다니는 저 찰리브라운과 다를 바가 없지만, 이렇게 예쁘고 실용적인 시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편의성에 굴복하여 많은 전자기기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사실 나는 전자기기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배터리를 갖고 있는 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가 소모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이런 기계식 동력은 영원히 내 곁에 있어 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된다. 배터리를 갈지 않아도 영원히 작동하는 시계라니! 나에게는 시간을 알려주는 다이아몬드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 점이 아니더라도, 사진을 본 친구들이 나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해주어 더 애착이 간다. 줄질이 잘 받기로 유명한 시계라, 시계줄만 바꿔도 새로운 시계를 차는 느낌도 들고. 애플워치에 익숙해진 요즘이지만 앞으로는 운동하는 날이 아니라면 이 시계를 더 자주 차고 다닐 예정이다.